2011년 1월 10일 월요일

[시론]공정거래위가 물가 잡는다고?

물가가 발등의 불이 되었다. 금년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물가불안 징후가 관측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물가불안과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은 우리나라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물가가 불안하면 지난해의 6% 성장도 ‘말짱 도루묵’이 된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서민경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는 거의 비상상태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물가관리는 통화량, 금리, 환율, 재정지출 등 거시경제 변수로 접근할 수도 있고, 개별품목의 가격통제라는 미시적 수단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거시경제 변수의 통제는 물가억제 효과가 단시일 내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물가구조를 왜곡시키지 않는 물가정책의 정도이다. 반면에 개별품목의 가격통제는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모르나 부작용이 많고 물가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다.

눈앞의 가시적 효과에 급급한 정부는 개별품목의 가격통제에 유혹을 느끼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까지 이 일에 나서려 하고 있다. 공정위가 직접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공정위는 간접 압박 수단으로 기업들의 가격인상을 자제시키려 하고 있다. 이것은 잠시 가격상승을 억제시킬지 모른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의외로 클 것이다. 공정위의 위상도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은 이 순간만 모면하면 곧 가격을 올리게 마련이다. 기업이 손해 보고 장사할 리는 없기 때문에 생산비 부담이 크면 언젠가는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가 특정 품목들의 가격을 지나치게 통제하면 통제받는 품목과 통제받지 않는 품목 사이의 상대가격은 크게 왜곡되어 시장기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경제에서 가격은 상대가격이 의미가 있다. 예컨대 임금과 비교된 쌀값, 쌀값과 비교된 라면값 등이 경제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라면값 하나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개별상품의 가격을 통제하면 이러한 상대적 가격구조가 뒤틀어져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소득분배도 꼬인다. 한마디로 시장경제가 엉망이 된다.

시장을 제대로 작동시켜 시장경제의 성과를 최대화시켜야 할 임무를 가진 공정위가 이런 일에 나선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자기모순이고 자기배반이다. 공정위는 물가단속 기관이 아니다. 공정위가 물가 단속에 나서는 것은 국방부가 도둑 잡는 일에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공정위가 시장경제의 극히 한 부분에 불과한 몇 개 품목의 가격 잡는 일에 역점을 둔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선진국이 모두 공정위를 운영하고 있지만 공정위가 개별 품목의 가격통제에 매진한다는 얘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경쟁을 기반으로 성립하는 제도이고 공정위는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감시하고 감독하는 기관이다. 이처럼 공정위는 시장경제를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 한 차원 높은 책무를 가진 정부기관이다. 그런 공정위가 극히 하급의 일에 매달린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공정위는 본래의 임무대로 반경쟁적 요소를 제거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경쟁 하에서는 가격이 오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일에만 충실하면 저절로 물가 관리가 된다. 편법적인 수단으로 개별 품목의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라는 숲은 보지 못하고 가격이라는 나무에만 집착하는 꼴이 된다. 상품가격이라는 나무가 경쟁에 의해 잘 단련되면 시장경제라는 숲은 더욱 푸르고 울창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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